돌아다니다가 읽은 글이다.

의대의 길도 처음에는 험난하지만 다른 세계 역시 시작하는 자에게는 험난한 길이다.

마치 멸치가 수만개 알 낳아 놓으면 그 중에서 몇개만 멸치가 되고 나머지는 다 없어지듯이

끝까지 자기 꿈을 그대로 이루는 사람은 정말 의지가 강하고 복받은 사람이다.





현직 디자이너입니다.

butzzi (2005-07-29 작성)  
예고는 가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의상디자인이랑 예고는 아무 상관이 없지요.


차라리 외고를 가시는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됩니다. 요즘은 외국어를 못하면 디자이너 못합니다. 특히 신입일때에는 외국어만 잘해도 취업이 됩니다.


진로선택이 목적이시라면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가 가장 좋습니다.


보통 의상쪽 학과가 의상학과, 의류학과, 의상디자인과로 나뉘는데 배우는 것은 똑같고 의상학과는 인문계열, 의류학과는 이공계열, 의상디자인과는 예체능계열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 가능한 대학도 의상학과가 가장 많고 실제 디자이너들 중에도 의상학과 출신이 가장 많습니다. 성균관대, 건국대, 이화여대 등등이 의상학과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의류학과이지요. 동덕여대는 의상디자인과이구요.


의상학과나 의류학과는 입시에서 실기가 필요 없습니다. 수능만 보면 됩니다. 의상디자인과는 실기를 보지요. 그래도 일반적인 미대 디자인과보다는 실기의 비중이 작습니다. 실제로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학원은 절대로 다니실 필요가 없습니다. 절대로 다니지 마세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저도 국제패션학원과 시대패션학원을 오래 다녔습니다만 아무 도움이 안되지요.


특히 고등학교때라면 절대로 말리고 싶습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성적을 올리시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특히 외국어를 아주 잘하셔야 합니다. 영어에 중국어까지 되면 금상첨화지요.


혹시 키가 얼마나 되시나요? 키가 165cm가 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으시는데 아주 큰 어려움이 있으실 겁니다. 살은 빼면 되는데 키는 늘릴 수가 없거든요.


키가 165cm가 되지 않으시면 브랜드 있는 업체의 신입디자이너로는 취업을 못합니다. 거의 100%취업이 안됩니다. 프로모션과 같은 생산관리쪽에서 2~3년 경력을 쌓아야 그 때 비로소 취업이 가능합니다. 그 때에도 학벌이 매우 중요하지요. 서울 소재의 누구나 알만한 학교 출신이 아니면 내셔널브랜드 취업은 힘들지요.


신입디자이너의 키가 중요한 이유는 디자인실 막내의 업무가 주로 피팅이기 떄문입니다. 실제로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은 실무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신입 디자이너는 경제적인 가치가 거의 전무하지요. 그런데 옷이라는 것은 만들면 반드시 입혀봐야 합니다. 그래야 옷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잘 알 수가 있으니까요. 마네킹에 입혀보는 것으로는 절대로 안됩니다.


피팅은 매일 있는 업무이고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막내 디자이너를 몸매가 되는 55사이즈 표준으로 뽑아서 피팅업무를 진행합니다. 취업사이트에 가셔서 신입 디자이너 취업을 한 번 검색해 보세요. 내셔널 브랜드이건, 디자이너 브랜드이건 거의 다 피팅을 봅니다.


좋은 학교 의상학과를 나온 학생이라도 키가 작은 학생은 이 피팅에 걸려서 60~70%가, 제 생각으로는 90%정도가, 디자이너 취업을 포기한답니다. 그게 현실이지요.


현재 의상디자이너 지망생은 수요에 비해 넘쳐도 너무 넘친 상황입니다. 국내에 내셔널브랜드가 다 합쳐서 몇개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신입 디자이너는 한해에도 몇십만명이 쏟아져 나온답니다. 한개 브랜드 디자인실 평균 디자이너 전체 인원은 5~8명 정도입니다. 그 중에 신입은 한해에 1~2명이죠.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입니다.


키가 작으시다면 학벌이 다음 무기이고, 그 다음은 외국어입니다. 재능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재능은 실무에 들어간 다음에, 그 때에서부터 쌓아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해서 바로 자기 가게를 차라면 100% 망합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출신인데, 우리 학교에도 그런 학생들이 몇 명 있었지요.


학생은 장사하시는 분들이랑은 게임이 안됩니다. 의상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경쟁이 극심하고 변수가 많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옷가게라는 것은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장사입니다. 성공한 유명 디자이너분들도 어떻게 보면 장사에 능한 사람들이지요.


자기 브랜드는 적어도 35살은 넘어서 생각하시는게 좋으실겁니다. 35살도 너무 어립니다.


그리고, 돈문제도 생각해 보세요.


디자이너브랜드, 쉽게 말해서 SFAA나 서울컬렉션에 나가는 유명 디자이너샵의 평균 초임은 월 30만원 정도입니다.


연봉으로 치면 360만원 정도네요. 연봉 360만원이 얼마나 작은 돈인지 아시나요?


제가 처음 취업한 파리컬렉션에 나가는 디자이너분은 저에게 '무보수'로 일하라고 하시더군요.. 밥값도 안줍니다.


그런데 근무시간은 하루 10시간이 넘지요. 보통 8~9시에 출근해서 밤 10~11시에 퇴근을 한답니다. 일요일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내셔널브랜드는 조금 사정이 낫지만, 연봉 1200이상은 절대로 기대하지 마세요. 한달에 100만원입니다.


같이 졸업해서 금융이나 증권, 대기업 사무직에 취직한 동기생은 연봉 3000년에 주 5일 근무를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배가 아프셔서도 안됩니다. 억울한 마음이 쌓이면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간답니다.


제가 너무 험한 소리만 했나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고 위와 같은 상황들을 견뎌낼 자신이 없으시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으시는게 낫습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말 중에 하나가 '그냥 옷이 좋으면 디자이너가 되지 말고,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옷을 사 입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옷을 입기 좋아하는 것과 디자인하기 좋아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답니다.


의상학과에 디자이너를 지망해서 들어온 학생들 중에 80%이상이 디자이너를 지망한 것을 후회합니다. 디자이너는 화려하지도 않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는 직업입니다. 특히 처음에는 더욱 그렇구요.


그래도 좋아서 하시겠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외국어는 필수입니다. 학벌도 분명히 좋은게 유리합니다. 그림은 너무 못그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외국에 나갔다 오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요. 요즘은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만 뽑는 회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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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요? 그래도 알고는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힘든 시절이 지나면 좋은 시절도 오거든요. 적성에만 맞는다면 참 매력적인 직업이지요. 그 매력에 빠져서 힘든 것도 잊고 그냥 버디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