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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석아, 오랜만이다.

2003.12.08 06:20

정규다 조회 수:2018 추천:60

여기 들어와 본 것이 올해 1월 암센터 파견 때 였으니 꼭 1년 만이군. 오늘 네가 보낸 메일에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보고 다시 들어와 봤다.
어때?  잘 지내나?
요즘 나는 여러 모로 힘들다. 지금 데리고 있는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 특진도 없는 사람들이라 내가 모든 결정을 해야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겄다. 내과를 처음 시작할 때의 의욕도 많이 퇴색한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번 달부터 시작한 ER 당직 -> 이거 정말 듀금이다!  정신없이 환자들을 보다가 어느새 창밖이 환해져 오면 정말로 무슨 악몽을 꾸고난 기분이다. 이런 이유로 네가 보내 준 PCN allergy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참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Cardiologist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정말 Cardiologist가 되기를 원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27년 간 아무런 고민도 없이 살아왔는데, 요즘에는 갑자기 삶에 회의가 느껴진다... 쯧쯧쯧

여하튼 언제 한번 만나야 할텐데, 바쁜 척 좀 그만해라. 우리 집도 내년 1월 초에 이사할 예정이라 -무려 24년 만에!- 이사하고 나면 너의 그 '훌륭한' 병원과도 멀리 떨어질 거다. 10분 거리에 있는데 어째 1년 간 딱 한번 얼굴 봤네...
간만에 보면 놀랄거다. 올해 초까지 70kg이던 몸무게가 이제 78kg이다 흐흐흐. 모두들 한마디씩 하더군. 왜 계속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 잠을 줄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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