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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중인 Howard Bauchner 박사(JAMA 편집장) |
세계 유수 의학저널에 게재되는 잘 쓴 논문의 필수조건은 뭘까.
"주제의 참신함, 단순명료하게 핵심 키워드만으로 구성된 문장, 과장되지 않은 데이터가 그 답이다. 뻔한 얘기 같지만 소위 잘 썼다고 제출된 논문의 80% 이상이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않아 논문심사(peer review)를 거치기도 전에 탈락된다."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이하 JAMA) 편집장인 Howard Bauchner 박사가 17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진행된 초청 강연에서 거듭 강조한 내용이다.
작년 한해 JAMA에 제출된 임상연구 초록은 4846건으로 이 가운데 4%만이 최종적으로 게재가 결정됐다. 즉 제출된 5000여 건 가운데 1600건을 리뷰, 이중 절반인 800건이 부서 편집자에게 채택돼 최종 논의를 거친 후 200개의 논문만이 세상의 빛을 본 것.
우리나라는 JAMA에 실린 논문의 비율이 채 1%도 안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84건의 논문이 제출됐지만 2건(2011년, 2014년 각 1건)이 게재됐다.
2015년 서울대 의학도서관 학술세미나 시리즈로 기획된 이번 '피어리뷰의 수수께끼와 저널 게재 결정(Mysteries of peer review and decisions of journals)'강연에서 Bauchner 박사는 JAMA 저널 출판 현황을 비롯해 성공적인 논문 투고를 위한 여러 조언을 제시했다.
Bauchner 박사는 현직 소아과 전문의로 여러 저널의 편집인을 두루 거치고 2011년부터 JAMA 편집장을 맡아 저널 리뷰와 정책을 총괄 감독하고 있다.
인용횟수 높은 논문에는 다 이유가…
이날 강연에서는 JAMA의 논문심사 과정에서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항목과 연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이 대거 공개됐다.
Bauchner 박사는 "작년 한 해 동안 게재된 순수 임상연구는 186건으로 이 중 85건이 임상적 영향력이 큰 무작위대조연구(RCT)였다"며, "논문 주제의 혁신성(novelty), RCT 시행 여부, 실제 임상에 미치는 파급력, 희귀질환 및 응급 유행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가 등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임상에 직접적인 파급효과가 적은 기초과학 연구나 소규모 단일 기관 RCT, 단순 조사연구, 낡은 데이터, 새로운 전망없이 이미 확인된 사실을 답습한 연구 등은 낮은 점수를 받게된다는 설명.
결국 좋은 평가를 받는 논문은 명확성(clarity)을 바탕으로 2500자 이내의 간결성(brevity), 주제의 혁신성(novelty)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Bauchner 박사는 "좋은 논문은 주변 연구자의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 수정을 거듭한 논문으로, 이들 논문만이 최종적으로 저널 게재라는 소기의 결실을 맛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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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ard Bauchner JAMA 편집장 |
이어 그는 논문 작성과 관련해 "주요한 키워드는 2~3회에 걸쳐 그 의미를 짚어줘야 하며, 한 개의 논문에 너무 많은 정보를 싣는 것은 리뷰어가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면서 "초록의 결과부분에서 연구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를 특히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초록 작성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기본요건이 있다. 소개글(introduction)은 2~3줄의 문장에 최대 300~400자로 구성, 간략한 핵심 키워드만을 서술하고 연구의 방법론적인 부분은 3~5개의 문장에 시행된 연구를 깔끔하게 묘사하고 과장된 분석자료는 반드시 삭제할 것을 당부한 것.
결과(result) 부분도 마찬가지다. 5개 이내의 문장에 핵심 사항을 논하며 데이터를 제시하되 절대 연구결과를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참조문헌으로는 해당분야 랜드마크적인 연구결과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하는 게 정석이다.
다시 말해 좋은 초록이란 문맥이 구조적으로 잘 맞으며 불필요한 설명을 최소화하고 해당 데이터를 제시하되 정확성과 근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얘기. 제출하는 논문의 유형을 임상연구와 리뷰 등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초록의 제목과 사용된 단어의 갯수, 문장과 문맥의 길이, 전하려고 하는 주요내용의 거듭 확인을 당부했다.
또 Bauchner 박사는 △ 연구가 제출하려는 저널의 주제와 부합하는지 △ 선택한 주제가 현재 의료상황에 시의적절한지 등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논문을 제출할 저널을 선택할 때 논문의 주제가 해당 저널의 목적 및 범위와 일치하는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 논문 작성시 흔히 범하는 실수사례도 소개됐다. △ 연구결과의 해석에서 수치의 차이가 상대적 혹은 절대적인가 구분치 못하거나 △ 기타 연구내용과 과도한 비교로 인한 혼동 발생 △ 일관되지 않은 주장과 정확도의 결여 △ 결과의 과장 및 통계 방법론적인 명확성 부족 △ 기타 저널 이중 출판과 사진 및 문구, 문맥의 표절 등이 포함됐다.
JAMA Impact Factor 30, NEJM·Lancet 함께 '탑클래스'
한편 Bauchner 박사는 2011년 편집장으로 취임한 후 JAMA에 일어난 일련의 변화들을 소개했다.
지난 2012년 2월 JAMA 네트워크를 새로이 창설하고 2013년 1월 기존 '저널 보관소(Archives journals)'라는 체제를 전면 개정한 것. 단순히 논문을 과별 분류해 보관하던 데서 나아가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자는 취지로 JAMA Dermatology, JAMA Psychiatry, JAMA Neurology 등 저널의 분과별 전문화를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독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스마트폰, 테블릿, 일반 PC에서도 다양하게 최상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시켰다고 그간의 노력을 밝혔다.
1883년 첫 출간되기 시작한 JAMA는 미국의사협회(AMA)가 간행하고 있는 전문학술지로, 논문의 인용횟수를 근거로 저널의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IF)가 2013년 기준 30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임상의학 저널인 NEJM(54), Lancet(39), BMJ(16), AIM(16)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 2013년 새로게 단장한 JAMA-Neuro(7.0), JAMA-Peds(4.3), JAMA-Psych(14) 역시 JAMA 네트워크에 포함돼 각 분과별 인용지수가 비교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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